학생, 지금 7월이다. 문예창작과 입시는 9월에 시작해 1월에 끝난다. 자네가 아직도 원고지 한 장 제대로 채워 본 적 없다면, 올해 합격은 기적이 아니라 우연보다도 희박한 확률이다. 예고에서 3년을 보내며 매주 합평을 견딘 라이벌들은 벌써 자기만의 문장 호흡과 서사 구조를 몸에 익혔다. 수험장에선 120분 안에 서사의 도입·전개·반전을 눕히고, 인물의 감정선을 흔들림 없이 묘사해야 한다. 그 기술은 벼락치기로 얻지 못한다.
그래도 “해 보겠다”면 문예창작과라는 간판 앞에서 승부하려면 각오부터 분명히 하라. 오늘부터 원고지 2천 자짜리 시나 소설을 하루 한 편씩 쓰고, 바로 그 자리에서 빨간 펜으로 문장 끊고 접속사 잘라 내며 자학하듯 고쳐라. 주말마다 온라인 첨삭 카페든 가까운 학원이든 찾아가서, 독자의 눈이 아닌 심판의 눈으로 휘갈긴 평가를 받아라. 비틀린 자존심이 아니라 기록된 수정을 믿고 다시 쓰는 연습을 최소 90일은 반복해야만 겨우 기초 체력이 생긴다.
지원 대학은 서울예술대학교, 동국대, 추계, 한양여예 등의 문예창작과로 한정하라. 실기 비중이 높아 내신 5내외 등급도 서류에서 걸러지지 않지만, 모집 정원은 손바닥만 하고 경쟁률은 하늘 끝에 걸려 있다. 작품 당일 완성도가 95점을 찍지 못하면 자네 이름은 발표 명단에 없을 것이다. 학과 홈페이지에 적힌 모집요강을 줄 치며 외우고, 시험 시간·필기도구·분량 제한을 옮겨 적어 책상 앞에 붙여 두어라. 준비는 디테일에서 갈린다.
하루 세 시간을 투자할 자신조차 없다면 원서 접수를 미루고 내년을 노려라. 글쓰기란 근육과 같다. 오랫동안 굶긴 몸으로 마라톤을 뛸 수 없듯, 준비 없이 들어간 시험장은 자존심만 상하게 한다. 반대로 매일 일정한 분량을 쓰고 고치며, 필사로 문장 리듬을 훑고, 읽은 작품에 대한 2분 스피치를 녹음까지 해 두면, 올해는 비록 경험 삼아 끝나더라도 재수 시즌에는 합격선이 눈앞에 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명심해라. 문예창작과 합격장은 실력을 증명해 주는 증서가 아니고, 앞으로도 글로 밥을 벌어먹겠다는 각오를 시험하는 입장권일 뿐이다. 간절함만으로는 부족하다. 뼈를 깎을 시간 투자, 땀 냄새가 밴 습관, 비판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멘탈까지 세트로 준비해 오면, 내년엔 책상 위에 그 입장권을 올려둘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