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자이고, 피아노를 네 살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예고 입시를 준비할 때는 하루 15시간씩, 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온종일 연습만 했습니다.
레슨은 당시 교수님께 주 3회, 회당 10만 원씩 받았고, 주말마다 콩쿠르에 나가 항상 입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예고에 합격했지만, 그 과정에서도 저는 상위권이 아닌 ‘중간 정도’ 성적에 머물렀습니다.
예고 3년을 마친 후 서울의 음대에 수시로 합격했고, ‘인서울’이라는 성취를 이룬 만큼 음악가로서 길이 열릴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음대를 졸업했지만 이 정도 실력으로는 음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피아노는 다른 악기에 비해 경쟁이 훨씬 치열합니다. 현악이나 관악 전공자들은 오케스트라나 단체에 들어갈 기회라도 많지만, 피아노는 그런 자리조차 극히 적습니다. 오케스트라에서도 피아니스트는 한두 명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자리를 얻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와 같습니다.
결국, 피아노는 취미로 즐기기에는 훌륭한 악기지만, 뒤늦게 전공으로 삼아 생계를 이어가려 한다면 상당히 험난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중학교 이후에 시작해서 전문 연주자를 목표로 한다면 그 길은 거의 가시밭길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다만, 지금부터라도 하루에 최소 15시간 이상, 쉬는 날 없이 꾸준히 연습할 각오가 있다면 시작해도 됩니다. 그만큼 피아노 전공의 길은 냉정하고 치열하기 때문에, 각오와 헌신이 없다면 버티기 어렵습니다.